덤 인생

2009/03/23 22:49
매일 아침 6시반이면 하누는 전철 플랫폼에 서 있습니다. 무표정한 수많은 사람들이 앞을 스쳐지나 가고나면 문득 나의 존재의 의미가 궁금해 집니다.

그러다 저쪽편에서 철로의 곡선을 매끈하게 돌며 약간 기울어져서 흡사 쇼트트랙 선수처럼 전철이 미끄러져 들어올 때면 철로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이 머릿속을 찰나에 스쳐지나 갑니다.

순간은 찰나지만  그 찰나 안에서는 영원이기도 합니다. 순간은 영원으로 하누는 이미 치여 죽기도 하고, 이미 뛰어들고 전철은 하누에게 수렴되지만 영원히 만나지는 못하기도 합니다.

찰나는 비로소 그 찰나가 지나고 나서야 성립되고 전철은 하누의 앞을 지나가고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m-flo의 magenta rain이 들려옵니다.

그 이후 하누는 매일매일을 덤으로 인생을 삽니다. 없었을 인생을 살아가기에 더 열심히 하려고 매 순간 노력합니다. 하지만 과연 덤으로 사는 만큼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순간을 영원처럼 영원을 순간처럼 살아가려고 마음은 먹지만 나른한 몸이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몸이 마음보다 앞서 나가기도 합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누가 물을 때 담배연기 속에서 그저 미소지어 보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때가 온다면 그때쯤 아마 덤으로 사는 이 인생의 매일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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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umedia 하누생각

  1. Blog Icon
    mind-minder

    난 스물아홉에서 서른을 지나올 때가 제일 힘들었던것 같아요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매일 아침 중천에 뜬 해를 맞으며 일어나 다음 직장을 찾을 의지도 없었고
    그 땐 이미 너무 늙어버렸다는 생각에 다른 것은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던 상태로
    그저 손에 쥐어진 돈이 없으니 일은 해야겠고
    만 4년을 같은 일을 해왔으니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그렇게 1년을 서른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힘들어했던거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 지금의 고민들을 했더라면 내 삶이 꽤 바뀌었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겠죠
    그런게 있어요 사람이 인생을 다시 산다해도 결국 내가 어느 시기를 지나며 깨닫게 되는 것들은
    결코 그 나이가 되지 않으면 미리 얻을 수 없는 거라는 것
    누군가는 젊을 때, 누군가는 나이가 아주 많이 들었을 때 느끼게 되거나 하는
    개인차가 있을 뿐이라는 것
    지금은 매일이 고민이고 하루하루가 너무 무겁지만 결국 앞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내가 열심히 걸어온 만큼 ^^

  2. 저도 4년넘게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 전공에도 심취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 남는 것도 없는거 같아요.
    이미 늙어버린 듯한 좌절감도 드는게 사실이구요.
    일본어를 배운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거 같구요.
    저도 제 마음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속에 있던 이야기를 해버리고 나니 문득 깨닫게 되는 것도 있는 모양이에요.
    일본어를 배운게 아니고 내 사심만 채우려고 했었다는 사실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답게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