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2009/04/11 19:51
오늘 범계에서 후배와 점심식사후 수다일발 장전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거리의 꽃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벚꽃도 은근히 지고 있었고 목련은 거의 다 잎이 떨어졌다. 그 꽃잎들이 떨어진 자리를 바라보니 초록잎들이 생기 가득한 빛으로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 마음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을 다 비출만큼 찬란하던 새하얀 꽃잎들도 지고나면 그 자리에 푸릇푸릇한 생명의 빛이 다시 물들거늘 왜 미련이란게 남아서 떨어진 꽃잎을 그리워할까?

그저 질풍노도 같던 3월이 지나고 어제 해가 진 텔레토비를 바라보니 너무 쓸쓸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나는 특히나 어둑어둑한 금,토,일의 텔레토비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저 그래서 그 길로 도망치듯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7년 이제 조금 지겨운 학교, 그런데 아직도 낯설다. 어찌해야 하오리까...

사람 마음이 닫는다고 닫혀지지도 않거늘 일단 닫아서 꿰매보았다. 뭘 내가 했다고 사실 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그저 기다리고 있는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망각의 동물 그속에 속한 하누도 결국에는 잊을 것이다. 아니 못 잊을 것이다.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에 나온 한 구절이라는데 '인생에서 첫 기억이라는 게 언제쯤이야? 나는 0살 때.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나도 그저 0살때 기억까지 난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잊고 싶어하는 것은 몇년이 지나도 잘 잊지 못하는 이상한 이상한 이상한 동물이다 하누는..

하누의 마음에도 3월까지 화려했던 벚꽃이 지고 다시 푸릇푸릇한 새 잎들이 돋아나기를 막연히 기대해본다. 그게 자연의 이치니까... 매년 반복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그 전에도 까마득한 옛부터 그래왔던 자연이니까.. 나도 거기에 있으니까...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보면서 하품을 해서 그런가 가만히 스며나왔던 눈물을 옷깃에 닦아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hanumedia 하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