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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시기, 고민하는 힘을 만나다.

2009/05/08 16:17

 고민이 부쩍 늘어난 시기, 강상중 교수의 강연회를 추천받았다. 강상중, 생소한 이름, 이력을 찾아보니 어디선가 한번 본 듯도 하다. 책의 제목이 눈길을 잡아끌지만 다소 망설이게 되는 건 그동안 제목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빈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일단은 <고민하는 힘>을 주문하고서 기다리는 동안 과연 어떤 내용의 책일까 기대감에 부풀었다. 고민이 고민을 낳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악순환, 이런 악순환을 깰 수 있는 방법론이 담겨 있을 리는 만무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기다려지는 이 기분은 뭘까?

  강상중 교수는 이 책에서 ‘고민하지 말라’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고민을 더 하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예전보다 고민이 많이 늘어난 이유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고민의 종류별로 접근해 간다. 각 장별로 저자의 경험부터 일본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와 20세기 최고의 사회학자라 불리우는 막스베버의 작품세계와 그들의 삶 이야기에 대해 말하면서 고민하는 법을 풀어나간다.

  나의 일천한 독서량에 <고민하는 힘>을 읽고도 나쓰메 소세키 그리고 막스베버에 대해 알지 못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 정도로 이 책에서 이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의 비중은 매우 크다. 책 끝에 두 사람의 연보와 작품을 따로 정리해놓은 것만 보아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우선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서부터 보자면 많이 언급 되었던 <산시로>, <그 후>, <문> 흔히 나쓰메 문학의 전기 3부작으로 분류된다는 이 작품들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바로 구할 수 있었던 <그 후>부터 읽어 내려갔다. <고민하는 힘>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발전하는 문명속에서도 깊어지는 인간의 고독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는데, 주인공 다이스케의 삶은 우리네 현실과 동떨어진 듯 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통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 후>를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읽은 <고민하는 힘>은 첫 번째 읽을 때보다 조금 더 내 가슴속에 무언가를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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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009/05/03 14:00
 강상중 교수의 강연회를 신청해 놓고 다시 한번 <고민하는 힘>을 읽었다. <고민하는 힘>에는 유독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종의 허무주의라고 할까, 염세주의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강한 두 작가인 듯 하다. 특히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보고서 <산시로>를 찾아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에는 <산시로>는 없었고,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작품은 제법 있었다. <산시로>, <그 후>, <문> 이 세 작품은 별개의 작품이면서도 일종의 시리즈라고 할까 비슷한데가 많은 이야기라고 할 할까... 도서관에서 발견했던 <그 후>를 집어들고서 읽어 내려 갔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일종의 한량이다. 자신이 결혼까지 이르게 한 친구 히라오카와 그의 부인 미치요가 있다. 다이스케는 집안의 부유한 덕분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도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탓이라고 해야할까 집안에서 정략적으로 결혼을 시키려고 하고 이에 대해 다이스케는 계속해서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중에서 문득 예전부터 사랑해왔던 히라오카의 부인 미치요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물론 미치요도 이런 히라오카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둘의 사랑은 일종의 불륜이며 이 소설이 쓰여진 20세기 초엽이라면 더더욱 금기시 되었을터, 다이스케는 모든 반발을 감수하고서 미치요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결실을 이루려고 한다.

 다이스케의 생활, 그런거 나도 닮아 있을런지도 모른다. 허무하게 시대를 비평한다. 이거저거 나쁘고 잘못 됐다고 불만과 불안 같은 것을 품고 '방황하는' 존재이다. 한량 그런 존재일 것이다 나도 스스로 노동하여 생활을 영위한 때가 얼마나 될까... 세상에 나와 이십칠년, 이십팔년 남짓 되는 생애중에서...

 <산시로>에 대해 <고민하는 힘>에서 언급된 구절에 보면 '산시로는 나와 마찬가지로 구마모토에서 상경한 대학생으로 제국의 수도 도쿄의 소란 속에 내던져져 우왕좌왕합니다. 도시의 화려함에 끌리면서도 적응이 되지 않고 미네코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움과 불안, 동경이 뒤섞인 상태로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와 같은 구절이 있다.

 산시로의 방황,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의 등장, 이런 것이 나와 닮아 있다. 물론 <그 후>의 다이스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슷한 이야기라고 보여지는 <문>의 주인공도 상당히 닮아 있겠지... <그 후>의 다이스케는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전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다이스케의 모습에서 <그 후>는 끝나고 그래서 그 후에는 어찌되었는가는 알 수 없다. 그리하여 제목도 <그 후>가 되었다고도 하고...

 5월이 되어 올해의 지난 달들을 되돌아 보았다. '그 전'은 어떠하였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너무 흥분해서 보낸 날들이 아니었나 모르겠다. 하지만, 열심히 살고 가슴속에 담아둔 무언가를 깨달았던 몇달이기도 했다. 방황은 그만두자, 이런 말을 하고도 방황은 계속된다. 어차피 인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그렇겠지...

 물러설 때를 아는 나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힘들지만... 나의 지금부터의 '그 후'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처럼 허무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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