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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일본 여행기 #05 (2008년 12월 19일)

2009/02/21 19:02
19일의 사진은 더 없다. 지치기도 많이 지쳤고 하카타역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관광 온 이방인으로서 행동했다기보다는 평범한 후쿠오카 사람들 속으로 빠져들어서 행동했던 탓이었을까?

일본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차 안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타인을 생각해서 조용히 한다. 이런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았다. 나도 일본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참 조용하고 남을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후쿠오카에서는 꼭 그렇지가 않았다.

하카타역에서 숙소인 JAL 씨호크스 호텔로 향하는 버스를 잡아타고 나서는 벌써 3번째 방문인 후쿠오카에서의 최악의 교통정체를 겪었다. 이제 해가 지고 캄캄해진 저녁의 후쿠오카 시내는 퇴근하는 사람들과 저녁 시간을 즐기고자 나온 사람들이 뒤섞여서 꽤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들 삼삼오오 모여 퇴근하면서 버스 안에서 하루 동안 겪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별히 남을 의식해 조용조용 이야기한다든가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누군가 너무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그 이야기에 신경이 온통 집중되는 성격 탓에 차라리 그런 적당한 소음이 더 좋았다.

그리고 내 뒤에 앉았던 아주머니는 주말의 약속을 잡는지 우리나라 아줌마와 다름없는 우렁찬 목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후쿠오카의 모습,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동안 온 일본여행 중에서는 제일 무작정 떠나왔지만 가장 많은 걸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네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왔던 이곳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생활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런 분주한 퇴근시간 버스를 타고서 후쿠오카돔前 정거장에 내려서 10분 정도를 걸어서 호텔로 들어섰다. 시간은 7시밖에 되진 않았지만, 행사가 없는 시즌이라 그런지 지나오던 길에 보았던 텐진 등에 비해서 너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본 프로야구팀 중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팀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돔과 그 야후돔과 함께 있는 씨호크스 호텔이지만 비시즌이고 행사도 없고 너무나 한산했다. 씨호크 호텔은 내가 묵어봤던 호텔 중에서는 최고급이라서 그런지 객실까지 짐도 들어다 주고 객실의 안내도 이것저것 해주는 것을 보니 뭔가 다르긴 다르다고 느꼈다.

배가 고팠고 내일 친구를 만나 축구를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그 티켓도 미리 끊어야 하고 겸사겸사 호텔 로비로 나가서 연결된 상가로 가보았다. 식당가는 전부 문을 닫았고 호텔에 딸린 식당은 너무 비쌌다. 그래서 상가에 있는 편의점 패미리마트로 향했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안 되는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가능하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오늘 내가 했던 것은 축구경기 티켓을 끊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점원에게 질문할까도 했지만, 계산대에 손님이 줄지어 있어서 물어보기도 여의치 않았고 몇 번 티켓 판매기의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다 보니 경기 일정이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찾아놓고도 나의 소심함에 경기일정 확인하러 8층에 있는 방까지 가서 다시 노트북을 켜고 일정을 확인하고 내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 편의점을 들락거렸음에도 여전히 손님은 많아서 점원에게 묻지도 못했다. 결국에는 소심함을 겨우 떨쳐버리고 무조건 발권을 눌렀다.

'이거 카드 필요한 거 아냐? 괜히 끊었다가 다른 거 끊었으면 어쩌지....'

그런데 이 기계에서 튀어나온 건 티켓이라 보기에는 좀 이상한 영수증 같은 종이였다. 그 종이를 들고 무작정 점원한테 들고 갔다. 물어보려고 했지만, 점원이 그 종이에 있는 바코드를 찍으니 화면에 티켓가격이 나왔다. 그 돈을 지불하니 다시금 다른 영수증을 출력해서 다시 나에게 주었다. 그런데 이건 아까 점원에게 넘겼던 그 종이보다 더 허술한 얇은 종잇조각에 불과해 보였다.

돈만 내고 영수증만 받게 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당황해서 멍하니 있다가 점원한테 다시 가서 "この紙で...."라고 말을 꺼내자 계산대 밑에서 막 프린트가 끝난 티켓을 봉투에 담아 주었다. 하누의 소심한 걱정은 쓸데없이 시간만 보내는 결과만.....

정리하자면, 일본 편의점에서 티켓을 사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편의점내에 있는 티켓 판매 단말기에 가서 일정과 좌석을 확인 후 결정한다.
2. 티켓 판매 단말기에서 나오는 바코드가 찍힌 영수증 모양의 종이를 편의점 점원에게 내민다.
3. 티켓 가격을 지불한다.
4. 잠시 기다린다.
5. 점원이 티켓을 확인 시켜주고 티켓을 봉투에 담아준다.

이 전까지의 일본 여행은 거의 모든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해 갔기 때문에 이렇게 헤맨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문제에 부딪혀 해결해 나가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끊은 티켓 두 장과 아사히 슈퍼 드라이 2캔, 유부초밥을 사 들고 방으로 올라와서 티비를 틀어놓고 그동안 인터넷이나 위성방송으로만 봤던 일본 방송을 보면서 서울-부산-하카타-가고시마-하카타-숙소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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